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시안 여섯 개를 버리고 배운 것 — 이 사이트를 만든 과정

2026-07-25 · 제작기록 · Claude Code

지금 보고 있는 이 사이트는 원래 사실상 빈 워드프레스였다. 7월 하순의 사흘 동안 Claude Code와 함께 지금의 모습으로 재구축했다. 그런데 사흘이라는 속도는 별로 자랑할 게 못 된다. AI와 만들면 원래 빠르다. 문제는 늘 그다음이다 — 만들고 보니 취향이 아니어서, 표기가 잘못돼서, 순서를 틀려서 갈아엎는 것. 이번에 기록해두고 싶은 건 "빨리 만든 방법"이 아니라 "갈아엎지 않기 위해 한 일"이다.

코드보다 먼저 정한 문장 하나

착수하던 날 오전에는 코드를 한 줄도 안 짰다. 대신 문장 하나를 정했다. "'신다미' 또는 '온어닷'을 검색하면 이 사이트가 나오고, 방문자가 이력을 확인할 수 있는 상태." 완성 기준을 나중에 참·거짓으로 판정할 수 있는 문장으로 박아두는 것이다. 이 문장이 있으니 이후의 모든 우선순위 다툼 — 이 기능이 먼저냐 저 페이지가 먼저냐 — 이 이 문장 앞에서 정리됐다.

도메인 사실관계도 이때 조회해서 계획서에 박아뒀다. 등록처, 만료일, 네임서버. 호스팅 해지와 도메인 등록은 별개다 — 도메인은 그대로 두고 네임서버만 옮기면 되고, 구 호스팅 해지는 새 사이트가 완전히 정상임을 확인한 맨 마지막이어야 한다. 아는 순서라도 문서에 먼저 적어두면, 작업 중에 성급하게 해지부터 눌러서 사이트가 증발하는 사고를 구조적으로 막을 수 있다.

실적 표기부터 확정했다

디자인도 코드도 아니고, 가장 먼저 확정한 건 실적을 어떻게 쓸 것인가였다. AI가 내 기록을 뒤져 모아온 실적 후보에는 취소된 건, 기관명이 틀린 건, 계약상 자세히 못 쓰는 건이 섞여 있었다. 이걸 하나씩 판정했다. 이 건은 제외, 이 건은 역할을 명시, 이 건은 실적 언급만 하고 실물은 비공개. 그렇게 확정된 표기 규칙 목록이 이 프로젝트의 헌법이 됐다. 이후 설계·구현·검수 전 단계가 "화면이 이 목록과 일치하는가"라는 검증 가능한 질문으로 바뀌었다.

시안 여섯 개를 기각했다

가장 오래 걸린 건 디자인이었다. AI가 방향을 달리해 만들어온 시안 세 개를 한꺼번에 기각했고, 유명 디자인 시스템을 역분석한 가이드로 만든 두 개도 기각했다. 그 시점에 내가 AI에게 남긴 피드백이 "가이드가 플랫한 색이라 너무 밋밋하다"였는데, 지금 보면 이 한 문장이 전환점이었다. 기각할 때는 이유를 말로 남겨야 한다. 그래야 기각이 낭비가 아니라 취향 데이터가 된다.

피드백과 함께 내가 디자인 구성을 참고할 레퍼런스 사이트 네 개를 골라줬는데, AI가 그걸 요약한 분석 문서를 거쳐 만들어온 여섯 번째 시안도 기각했다. 진짜 전환은 방식 자체를 바꾼 것이었다. AI가 그 레퍼런스들을 직접 캡처해서 눈으로 관찰하고 공통 문법을 뽑아 만들어 왔다. 흰 종이 같은 캔버스, 초대형 국문 헤드라인, 그리고 '온어닷'이라는 이름에서 가져온 씨앗 점 드로잉. 일곱 번째 시안이었고, 그제서야 난 시안을 받아들였다. 미감은 요약된 말로 전달하면 손실된다. 실물을 보게 해야 한다.

공개 직전에 계약 위반을 발견했다

배포 프리뷰를 내 눈으로 검수하다가 문제를 하나 발견했다. 강의 때 만든 실습 사이트들이 쇼케이스에 링크로 걸려 있었는데, 실습 사이트의 전체 공개는 강의 계약 위반이었다. 링크를 지우는 것으로 끝나지도 않았다. 이미지에 남은 파일명과 대체 텍스트로 주소를 유추할 수 있는 구멍까지 이중으로 막아야 했다. 결국 스크린샷을 클릭되지 않는 이미지로만 싣는 것으로 정리했다.

이 경험으로 확신하게 된 게 있다. 계약과 법적 문제는 코드 리뷰가 아니라 언제나 사람이 직접 확인하는 순간 확신할 수 있다. 그 관문을 건너뛰면 안 된다.

갈아엎지 않게 해준 것

돌아보면 세 가지였다. 되돌리기 어려운 부분 — 방향, 설계, 디자인, 공개 — 앞에는 꼭 사람이 승인하도록 설정한 것. 확정된 결정을 파일 하나에 계속 쌓아서 "지난번에 뭐라고 정했더라"를 없앤 것. 그리고 문서끼리 충돌하면 가장 최근에 명시적으로 승인한 결정을 우선으로 한다는 원칙. 이 세 가지 덕에 사흘 동안 한 번도 처음으로 돌아가지 않았다.

이 과정을 함께 나누고 싶어서, 누구나 따라할 수 있도록 일반화하여 공개했다. 글로 읽어도 되고, Claude Code 스킬로 설치하면 AI가 이 순서대로 코치처럼 진행해준다.

👉 github.com/Dami-Shin-01/site-relaunch

다음에 사이트를 또 만들 일이 있으면 이 기록과 비교해볼 것.